귀물일기 – 두두리(上)
산길을 걸었다.신목은 타올랐고, 귀물도 함께 사라졌다.그 자리에 남은 건 작은 씨앗 하나.남겨진 그 조각은, 누군가의 품 안에 있다.그 조각은 그들의 마을에서 새로운 싹을 틔울 것이다. 걷다 보니 등 뒤에서,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가 따라오는 걸 느꼈다.발소리는 없었다.짐승도 아니었다.바람도, 낙엽도 아닌—아주 오래된 나무가 공중에서 흔들릴 때 나는 울림. 두두. 기척은 일정했고, 거리는 항상 같았다.내가 걸으면 따라오고,멈추면 함께 멈췄다.그 존재는 나를 ‘알아보려’ 애쓰는 것 같았다. “왜 따라오지.” 나는 뒤돌지 않고 물었다.그러자 기척이,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낮게 울렸다.“기억이, 걸어가니까.”“내가 있었던 데도,네가 가는 데도…멀진 않아.” “어디지.”“연못.오래 잠겨 있던 나무가 있었고,나는..
2025. 5. 8.